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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스크랩 2013.5.6] 친부모와 함께 사는 미국 입양인의 한국 적응기 - 기충성
 글쓴이 : 운영자
조회 : 1,638  

<친부모와 함께 사는 미국 입양인의 한국 적응기>

기충성 씨 "더 늦기 전에 가족과 한국을 알고 싶었다"
연합뉴스 | 입력 2013.05.06 15:55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태어난 직후 미국으로 입양된 기충성(30) 씨는 지난해 3월부터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친부모와 함께 살고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1995년부터 2005년까지 친부모를 찾아나선 7만6천646명 가운데 2천113명만이 부모를 만났다. 이들 대부분은 부모를 만난 뒤 어릴 적 자란 나라로 돌아갔다.

지난 2011년 친부모를 만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한국으로 다시 와 친부모와 함께 사는 기씨의 경우는 이례적이다.

"시간이 더 흐르면 가정이 생기고 직장도 안정될 텐데 그러면 친부모님을 제대로 알 수 있는 시간이 없을 것 같았어요. 늦기 전에 친부모님, 누나와 여동생, 그리고 한국을 알고 싶었어요."

그러나 기씨의 한국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낯선 환경에 말도 통하지 않아 답답했다.

미국에서 일하던 의류 브랜드 갭(GAP)의 한국지사에 면접을 보러 갔을 때는 "한국어를 못하는데 한국 직원들과 일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을 받고 절망했다. 그곳에서 겨우 3개월짜리 일자리를 구했지만 사무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길이 없었다.

용기를 내 간단한 한국어로 말했다가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지 못해 위축됐다. '입양인이라도 한국 사람인데 왜 한국말을 못하느냐'는 시선도 싫어 마음을 닫고 살았다.

"헤드폰을 빼는데 1년 가까이 걸렸어요. 늘 길바닥만 보고 다녔죠. 살고 있는 집도, 입고 있는 옷도 꼭 남의 것을 빌려 쓰는 기분이었어요. 한국엔 1년만 있다가 떠날 생각이었으니까 그럴 만하다 싶으면서도 뭔가 이 사회에 다가서지 못하는 것 같이 슬프기도 했어요."

한국에 온 지 거의 1년이 됐을 때에야 한국을 제대로 알아보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후회가 생겼다.

그는 '기간을 정하지 말고 살아보자'고 결심한 뒤 자전거를 샀다. 요즘은 자전거를 타고 서울 구석구석을 누비고 여자친구와 함께 한국어 공부도 다시 시작하는 등 뒤늦게 '한국 적응기'를 쓰는 중이다.

3개월짜리 근로계약서는 6개월짜리로, 다시 1년짜리로 갱신돼 직업적으로도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그는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적어 어떤 감정을 얘기할 때면 이런저런 설명을 해야 하는 게 스트레스"라면서도 "함께 지낼수록 비슷한 외모, 성품이 보이는 게 재미있고 아버지와 나는 특히 발목이 닮았다"며 웃었다.

아버지 기대석(58) 씨는 "아들이 원망하는 마음도 없이 우리 가족과 함께 지내겠다고 한국에 와줘 고맙다"면서 "그동안의 상처를 치유하고 잃어버린 시간을 채우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지난 2011년 친부모와의 만남이 언론에 나오면서 기씨는 많은 입양인의 관심을 받았다.

"아버지가 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시달리자 만삭이던 어머니는 '아이가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아이를 입양 보냈다. 아버지는 기적적으로 암에서 회복했고 기업의 이사까지 할 정도로 성공했다. 아들이 자신들을 찾는다는 연락을 받은 부모는 눈물로 기뻐했다."

보기 드문 해피엔딩에 축하도 받았지만 '입양인의 행복한 모습만 보여준다'라거나 '입양을 장려하는 거냐'라는 등 질시 어린 비판도 많았다.

자신을 '엄청나게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는 기충성 씨는 하루에도 십여 통씩 입양인들로부터 상담을 요청하는 이메일을 받는다고 했다.

기씨는 "모든 사람이 각자 지닌 인생의 이야기가 다른 데다가 입양인의 경우에는 특별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어 내 경험만으로 누군가를 돕기는 어렵다"면서도 "친부모를 찾고 한국을 아는 것이 중요해 한국에 왔다면 입양인끼리 어울리며 주변을 맴돌지 말고 한국 사회에 뛰어드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입양 보냈던 자녀를 만난 원가족에게도 "미안한 마음에 시간을 되돌리려 하거나 한국식을 강요하지 말고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자녀를 이해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친부모를 찾는다고 해서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는 것도 아니고, 못 찾는다고 인생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에요. 친부모를 찾는 건 인생에서 '부가적인 일'(extra)일 뿐, 입양됐다는 사실이 삶을 지배하게 두지 않았으면 합니다."

chomj@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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