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상달이 오면 햇곡식과 과일 등으로 정성스럽게 제수를 준비하여 조상님께 감사하고 추모하는 시향(시제)을 봉행한다.
멀리 서울 부산 등에서 꼭두새벽에 출발하여 자손들 데리고 한달음에 고향 산천을 찾아서 오는 것을 보면 눈물 겹도록
고맙다.
시제는 누구를 위해서 지내나? 물어본다.
대개는 조상님을 위해서 지낸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곰곰히 생각해 보면 꼭 그것 만일까?
시제를 정성스레 지내는 것을 본 자녀들이 본을 받고, 부모님을 공경하고 효도하며
'' 나도 커서 저렇게 해야 겠다'' 는 다짐을 은연 중에 갖게 된다.
그리고 시제를 온 집안이 화목하고 원만히 마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의무를 다
했다는 안정감 만족감에 매사가 행복해 보인다.
귀성길 발걸음이 너무 가벼워지고 자신감이 생긴다.
그러면 시제는 결국 나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닐까?.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불효자가 부모님 제사에 슬피 울며, 엄청난 제물을 진설하고, 못다 한 효도나마 보상
받으려고 노력하는 것을 본다. 안하는 것보다는 낫지만 이미 늦은 것이다.
평소에 전화 한 통화라도 따뜻이 했다면 얼마나 부모님이 고마워 했을까? 안타깝다
부모들은 비싼 옷이나 음식 등을 원하지 않는다. 공손한 안부 전화 한 통화를 목말라 하고 있다.
시제 봉행은 정성이 으뜸이라고 한다. 그리고 간소하면서도 경건하게 해야 한다.
시제도 시대에 알맞게 변하고 있으니 수용하고, 10월이 오면 너도나도 즐거운
마음으로 시제에 참가하여 조상님을 추념하고 유지를 받들자.
결국은 나를 위한 일이다!!
淸谷 (기우덕 바오로--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