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명재 / 奇德文(淸谷 德文)
어머니와 아들이 통명재를
넘고 있다
발걸음도 무겁고 말이 없다
아들이 내일 입대하는 날이다
아버지는 미럭선이에서 일부러
밭을 치신다
허리를 펴고 통명재를 바라보며
한숨을 쉰다
달덩이 같은 손주는 언제 볼 수
있을까
삼 년을 기다려야 하다니
멀리 통명재를 바라보며
며늘아기도 빨래터에서
눈물바람이다
이 겨울이 세 번 지나야 올 텐데
땀에 젖은 양면 다우다 잠바를 걸어놓고
냄새를 맡는다
눈물에 다시 잠바가 젖는다
세월이 이렇게 더딜 줄이야
세월이 이렇게 질 줄이야
온 집안 식구들이 묵묵히
일에만 몰두한다
세월을 잊어보려고
몸부림이다
하루하루가 기도하는 마음이다.
♡ 1960년대 우리의 농촌 풍속도이다.
아버지들의 소원은 손주를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손주도 못 보고 아들이 군대에
가다니 아버지의 상심은 너무나 컸을
것이다.
*통명재는 통명산(765m)을 넘어가는
고개이다.
* 2020년 추석을 풍성하고 건강하게 보내세요.
청곡 기우덕(덕문--곡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