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지게 / 奇德文(淸谷,宇德)
(1)
헛간 시렁에 덩그러니 얹혀있다
멜빵은 헤어지고 거미줄이 칭칭
목발은 멍들고
가지는 부러지고
새장이 보인다
성한데가 없다
너무 처량하여 가슴 아프다
아버지의 지게 진 모습이 떠올라
헛간을 나올 수가
없다
(2)
들판에 벼를 베어서 말린 후
매기로 묶어 뭇을 만든다
아버지는 지게에 벼뭇을 노적처럼 지고
집으로 향한다
벼뭇에서 찰랑찰랑 벼알이 칭얼대고
벼뭇 위에서는 잠자리가 따라 날고
이마에는 땀방울이 줄줄
고무신이 미끄러지고
숨소리가 가쁘다
아, 이러기를 몇 번이던가
(3)
눈바람이 치는 겨울날
아버지는 뒷산에 지게를 지고 오른다
까마귀가 까악 까악 아는체 한다
소나무 밑에서 갈퀴로 가래를 긁어 모은다
큰 두부모 같이 만들어 지게에 지고 내려온다
부엌 옆 나무청에 부려 놓으면
집안이 훈훈해진다
어머니의 저녁밥 손놀림이 바빠진다
아버지의 지게는 겨울에도 쉬지 못한다
(4)
동네 앞산에 산판이 벌어진다
벌목이 이루어지고
산새들이 놀라서 울어대며 달아난다
무나무를 톱으로 썰어 놓으면
지게에 지고 신작로까지 운반해야 한다
아버지들이 줄줄이 늘어서
지게에 무나무를 지고 산에서 내려온다
마치 개미들마냥 줄줄이 내려온다
온몸이 땀에 젖고 다리가 벌벌 떨린다
마을 앞 길가에 무나무가 쌓인다
산더미처럼
아버지의 눈물만큼이나
(5)
찬바람이 불고 큰 눈이 내린 날 새벽에
아버지는 고무신에 새끼를 칭칭 감고
지게에 쌀 한 가마니를 지고 집을 나선다
아들은 책 가방을 들고 고구마를 보자기에
싸서 어깨에 메고
저 재를 넘어서 버스가 다니는 큰 도로까지
가야 한다
넉넉히 이십여 리 길이다
큰 소나무에서 눈이 퍽 쏟아진다
까마귀가 푸드득 날아간다
하늘이 파랗게 구멍이나며 햇볕이 따사롭다
쌀은 버스에 실려 광주로 간다
아버지가 손을 흔든다
아들도 손을 흔든다
눈시울이 뜨겁다
목이 메인다
아버지는 혼자서
빈 지게를 지고 집으로 가실 것이다
아버지의 인생만큼이나
♡ 아버지의 지게만 보아도 눈물이 앞선다.
저 지게로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 얼마나
고생하셨을까?
지게는 가족을 지키는 버팀목이 었으리.
조금 길지만 어렵지 않게 글이 써졌다.
*멜빵 : 맬빵 또는 밀삐
새장 : 등 밭침 안에 가로 질러 박은 나무
4~5개(흡사 새장처럼 보인다.) 쇄장
또는 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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