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여 / 기덕문(淸谷 우덕)
마루에서
할머니 뻐끔뻐끔 담배 태우시고
할아버지 막걸리 한잔 드시고
할머니 담뱃대 탕탕치시면
어머니 아버지 발걸음이 바쁘다
정신이 없다
그렇게 살기를 한백 년
고향 지키기를 수백 년
그래도 마루는 말이 없다
변득도 없다
이제는 마루만 허수러이 남아서
먼지를 이고
덩그러니 누워있다
그런 할아버지 할머니 어디가시고
마루 밑의 멍멍이 골망태는
다 헐어서 막막하다
애멀건 멍멍이도 보이지 않고
따스한 봄볕에 노오란 산수유만
졸고 있다
마루여!
♡어느 따스한 봄날 고향에 찾아와
묵직하고 투박하고
거무스레한 마루를 보며 회심에 참겨 있다.
할아버지 할머니를 생각하며 마루에 대한
추억에 잠긴다
** 풍성하고 즐거운 추석을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