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09-15 07:17
2024년 추석을 맞이하며, '호롱불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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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기덕문
조회 :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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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롱불정경 / 기덕문(宇德)
장(場)에 가신 아버지는 호롱불
찾아 오시고
식구들은 등불 들고 아버지
마중 나간다
손주들은 호롱불 아래서 옹기종기
책을 읽고
학교숙제를 하느라 호롱불 앞에
엎드렸다
할머니 성화에 호롱불 아래서
심청전을 읽어드리면
숨을 죽이고 고비고비 한숨을
내쉰다
큰방에서는 호롱불 켜고
달그닥달그닥 베 짜는 소리
한 올 흐트러지면 눈물이
두 올 흐트러지면 한숨이
며늘아기의 눈가가 허물어진다
사랑방에서 장정들이 호롱불
하나 켜놓고
새끼를 꼬고
짚신을 삼고
소쿠리를 만들고
간간이 신소리에 웃음이 터진다
아버지는 어까리에 담아서
감나무 위에 올려놓은
눈발 날린 홍시를 내려온다
이가 시리도록 차갑고 달콤한 홍시맛
아, 고향의 맛
호롱불정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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